기업이 돈을 잘 벌었을 때, 그 이익은 과연 누구 것일까. 직원 성과급인가, 미래 투자 재원인가, 아니면 사회가 나눠 가져야 할 몫인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기업 이익 분배를 둘러싼 논쟁이 정부 토론회 수준까지 올라왔고, 정작 그 논의에서 주주가 빠져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정부 토론회에 왜 주주 이야기가 없었을까

고용노동부는 'AI 기술 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사 양측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핵심 의제는 반도체 같은 산업이 벌어들이는 초과 이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였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업별 노사 관계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이익의 총량을 분배하는 틀로서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 장관은 "AI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하고, 기업 이익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로 쓰자"고 했다.

여러 시각이 나오는 건 건강한 토론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이 모든 논의에서 주주 이야기가 왜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는가.

기업이 이익을 냈을 때 투자를 할지, 성과급을 줄지, 세금을 낼지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나와야 할 주체가 있다. 주주다. 회사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주주의 동의와 이익이 먼저 논의되지 않은 채, 기업 이익의 사용처를 결정하는 건 순서가 뒤집혀 있다.

애플이 시가총액 1위인 진짜 이유

애플을 보면 이 논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인다. "혁신도 없고 AI도 뒤처진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 기업이지만, 애플은 수년째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로 주목할 숫자가 있다. 애플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연간 1100억 달러 규모의 주주 환원을 실행한다. 애플의 총 주주 수익률은 수년간 15%에서 34%를 기록했다.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주가 상승 외에도 이 정도 수준의 수익이 꾸준히 쌓인다는 뜻이다.

물론 애플이 공급망 협력사 후려치기나 중국 시장 대응 등에서 비판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주주에 대해서만큼은 정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주에게 정직한 기업"이라는 신뢰가 지금의 시가총액을 만들었다는 시각도 충분히 설득력 있다.

막상 들여다보면 애플의 혁신 여부보다 이 점이 더 결정적이었을 수 있다. 시장은 결국 주주를 얼마나 진지하게 대우하는지를 장기적으로 주가에 반영한다.

상법 개정이 명확히 말하는 것

한국도 이 문제를 법으로 정리하려 했다. 상법 개정이 바로 그 결과다.

개정된 상법은 이렇게 규정한다.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석이 모호해질 것을 우려해 2항도 명시했다. "이사는 직무를 수행할 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

한 항으로는 부족할까 봐 2항까지 따로 써 넣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만큼 지금까지 이사들이 주주 이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는 현실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다.

상법 개정은 결국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원칙을 법으로 못 박은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 이익을 어디에 쓸지 논의할 때 주주 환원이 빠지는 건 이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삼성전자 주주 461만 명이 이 논쟁에서 갖는 의미

삼성전자의 주주 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461만 명이다. 올해 들어 주가 반등 과정에서 더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480만, 어쩌면 500만 명에 가까울 수도 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단순하지 않다. 삼성전자 하나의 기업 이익 분배 문제가 수백만 명의 재산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일반 개인 투자자다. 기업 이익이 투자 재원으로 쌓이거나 임직원 성과급으로 나가는 동안, 주주 환원은 논의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면 이 수백만 명의 이익은 어디서 보호받나.

기업 이익 분배 논의에서 주주를 빠뜨리는 건, 수백만 명의 이해관계자를 테이블 밖에 두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기업의 이익은 누구 것인가

법적으로 보면 주식회사의 이익은 주주의 것이다. 이사는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상법이 규정한다. 기업이 이익을 재투자하거나 임직원에게 배분하는 것도 결국 주주의 승인 아래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순서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 기업 이익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논의할 때 주주 환원은 마지막 선택지처럼 다뤄지고, 투자나 성과급이나 사회적 기여가 먼저 거론된다.

배당이든 자사주 소각이든 주주 환원의 방식은 다양하다. 중요한 건 주주가 기업 이익 논의의 시작점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1100억 달러를 매년 주주에게 돌려주면서 시가총액 1위를 지키는 방식은, 주주를 진지하게 대우하는 것이 결국 기업 가치에도 돌아온다는 걸 보여준다.

지금 이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우연이 아니다. AI 시대로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누가 이익을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주주가 그 대화의 첫 자리에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