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를 매주 끓이면서도 "왜 식당 것보다 뭔가 아쉽지?"라고 느낀 적 있다면, 문제는 재료가 아니라 방법이다. 양평에 사는 81세 손일순 할머니가 70년간 지켜온 집된장 찌개 레시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너뛰는 두 가지 과정이 있다. 이걸 모르면 집된장을 써도 시판 된장찌개 맛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된장을 그냥 넣으면 안 되는 이유 — 무 갈기와 손으로 조물조물
할머니 레시피의 첫 번째 핵심은 된장을 냄비에 바로 퍼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된장에 무를 갈아서 조금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주무른 다음에 냄비에 넣는다.
된장을 그냥 수저로 풀어 넣는 것과 손으로 주물러 넣는 것은 맛이 완전히 다르다. 주물렀을 때 된장 덩어리가 고르게 풀리면서 간이 국물 전체에 골고루 배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이걸 "포인트"라고 직접 짚었다.
무를 갈아 넣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즙이 된장의 짠맛을 잡아주고 국물에 단맛과 시원한 맛을 더한다. 찌개집에서 무를 썰어 넣는 것과 갈아 넣는 것이 다른 것처럼, 이 작은 차이가 국물 베이스를 바꾼다.
쌀뜨물과 멸치 — 시원한 맛을 내는 순서가 따로 있다
물 대신 쌀뜨물을 쓰는 것도 이 레시피의 특징이다. 할머니는 쌀뜨물을 미리 받아 두었다가 된장을 주물러 넣은 냄비에 붓는다. 쌀뜨물이 국물에 부드러운 깊이를 더해 준다.
멸치는 육수를 따로 내지 않는다. 물에 멸치를 바로 넣고 함께 끓인다. 육수를 미리 내서 쓰면 시원한 맛이 덜하다고 할머니는 설명했다. 멸치를 처음부터 같이 끓여야 국물 끝에서 살짝 올라오는 시원함이 살아난다. 먹다가 건져도 되고, 그냥 두어도 된다.
마늘은 갈아서 2쪽 정도 넣는다. 썰어 넣는 것보다 갈아 넣을 때 국물에 더 잘 녹아들어 깊은 맛이 난다.
집된장은 오래 끓여야 한다 — 거품 걷어내지 않아도 되는 이유
된장찌개를 끓일 때 올라오는 거품을 부지런히 걷어내는 분들이 많다. 할머니는 그 반대다. 거품을 굳이 걷어낼 필요가 없다. 콩에서 나오는 성분이라 오래 끓이면 저절로 사라지고, 그게 없어지는 순간이 "다 끓었다는 신호"라고 했다.
집된장과 시판 된장의 차이도 여기서 갈린다. 시판 된장은 살짝만 끓여도 되지만, 집된장은 오래 끓여야 고소한 맛이 제대로 나온다. 물에 된장 넣고 금방 끓이면 된장 냄새만 나고 맛이 없다는 게 할머니의 말이다. 집된장일수록 더 오래, 충분히 끓여야 한다.
재료 손질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들
호박은 너무 얇게 썰지 않는다. 두부는 4인분 기준 반 모면 충분하다. 파는 잘게 썰면 금방 풀어져 버리니 굵게 넣어야 건져 먹기 좋다. 할머니는 파의 흰 부분만 주로 쓴다고 했다.
고춧가루는 조금만 넣는다. 많이 넣으면 된장 맛이 묻힌다. 조미료는 넣지 않는 게 기본이지만, 자기 입맛에 맞게 조절하면 된다. 간이 짜게 됐을 때는 물을 조금 더 추가하거나 두부를 더 넣는 방식으로 맞추면 된다.
집된장이 없다면 시판 된장으로도 가능하다
집된장이 없어도 이 방식은 그대로 적용된다. 시판 된장도 무를 갈아 넣고 손으로 주물러 쓰면 된다. 다만 시판 된장은 집된장보다 덜 짜기 때문에 간 조절을 조금 다르게 해야 한다.
핵심은 방법이지 된장 브랜드가 아니다. 무 갈기, 손으로 조물조물, 쌀뜨물 사용, 멸치 통으로 넣기, 충분히 오래 끓이기. 이 다섯 가지를 지키면 집에서도 70년 집밥 된장찌개 맛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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