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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으로 돈 벌던 시대 끝났나? 전 블랙스톤 수석 전략가가 말하는 미국 경제 진단

전 블랙스톤 수석 투자전략가 조 자이들은 S&P500이 역사적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유동성과 기업 실적이 받쳐주는 경기순환적 강세장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3~5년 중장기 관점에서는 멀티플 확장보다 실적 성장이 수익을 좌우하는 구조로 전환될 것이며,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변동성도 커질 것이라고 본다. 에너지, 소재, 일본, 한국 AI 공급망을 유망 기회로 꼽았다.

2026-06-28 S&P500 고평가 고금리 시대 자산배분 전략

S&P500을 사두면 알아서 오른다는 공식, 아직도 유효할까. 전 블랙스톤 수석 투자전략가 조 자이들은 지금의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낙관적이지만, 3~5년 중장기 관점에서는 지난 10~15년과 완전히 다른 게임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어디에 기회가 있는지 그의 분석을 따라가 봤다.

실적과 금리, 이 두 가지만 보면 된다는 22년 경력의 근거

조 자이들은 메릴 린치 주니어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 그리고 블랙스톤 수석 투자전략가까지 22년을 투자 전략 한 길만 걸어온 인물이다. 그가 결국 도달한 분석 틀은 단순하다. 경제 사이클을 파악할 때는 금리를 보고, 비즈니스 사이클을 파악할 때는 기업 실적을 본다.

여기에 세 번째 축으로 시장 심리를 더한다. 네드 데이비스에게서 배운 원칙, "흐름을 따르되 극단에 이를 때까지만 가라"는 말을 지금도 지침으로 삼는다.

처음부터 이 세 가지에 집중한 건 아니었다. 커리어 초반에는 아시아 수출 지표, 인도 소비 흐름, 각종 매크로 데이터를 모두 모델에 넣으려 했다. 그러다 알게 됐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노이즈가 늘어난다는 것을. 진짜로 판을 움직이는 변수를 찾아내고 나머지를 걸러내는 과정이 그의 22년이었다.

미국의 평균 경제 사이클은 약 7년, 비즈니스 사이클은 평균 3년 반이 조금 안 된다. 통계적으로 경제 사이클 한 번에 이익 사이클이 약 다섯 번 반복된다. 경기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 그게 투자 판단의 출발점이다.

S&P500 지금 사면 35년 후 기대수익률이 0%라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

조 자이들은 스스로를 "경기순환적 강세론자"라고 부른다. 단기적으로는 낙관적이다. 미국 유동성은 풍부하고,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금리는 현재도 마이너스권이다. 기업 이익 증가율은 2027년 기준 15% 수준이 컨센서스다. 이런 환경에서 단기 강세장 흐름을 굳이 거스를 이유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현실주의자"라고도 말한다. 그 이유는 밸류에이션이다.

S&P500의 후행 PER은 현재 약 28배 수준이다. 1950년부터 75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이 수준에서 매수했을 때 향후 35년 기대수익률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이건 전망이 아니라 수학이다.

밸류에이션과 1년 수익률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다. 그래서 단기 투자자에게는 지금의 고평가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3년차부터는 달라진다. 5년이 되면 밸류에이션과 수익률의 연관성이 뚜렷해지고, 10년 기준으로는 매수 시점의 멀티플이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된다.

2009년 3월부터 2020년까지의 강세장은 전체 수익률의 50% 이상이 밸류에이션 멀티플 확장에서 나왔다. 반면 90년대 강세장이나 2000년대 초 강세장에서는 그 비중이 15%에 불과했다. 수익의 대부분이 기업 실적 개선에서 나온 것이었다. 조 자이들은 앞으로의 수익 구조가 다시 후자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본다.

고금리는 예외가 아니라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금리가 다시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기대 자체가 잘못된 기준점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에드워드 챈슬러의 책 <금리의 역습>은 금리의 5000년 역사를 다루는데, 그 데이터가 말해주는 건 하나다. 2020년 무렵 전 세계 금리는 5000년 역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그 시절이 정상이 아니었다. 지금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에서 5.25%까지 올렸을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를 예측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버텼다. 실업률은 역사적 저점에서 조금 오른 4.3%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17만 2000개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2~3년 전 어떤 예측보다 경제가 훨씬 역동적이라는 뜻이다.

그는 고금리 환경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보통 1년에 약 160bp 움직인다. 현재 약 4.45%를 기준으로 12개월 예상 범위는 3.6~5.4%다. 이 정도 변동성 환경에서는 투자 기간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 어디에 기회가 있나

고평가된 시장에서 무작정 인덱스에 묻어가는 방식은 앞으로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그는 대신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소형주보다 대형 우량주다.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 규모가 작고 재무 건전성이 낮은 기업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크다. Russell 2000이 연초 이후 17%, 최근 12개월 기준 35% 오른 상태에서, 추가 상승 여력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는 판단이다.

둘째, 에너지와 소재다.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확충에는 전력, 원자재, 건설 인력이 대거 투입된다. 골드만삭스는 2031년까지 연간 설비투자 지출이 약 1조 6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 흐름은 2026년에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30년 걸릴 일을 3년 만에 하고, 그걸 계속 반복하는 구조다. 에너지와 소재는 이 사이클에서 핵심 수혜 섹터다.

셋째, 일본이다. 일본은 역사상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소비 심리를 자극한다. 지금 사지 않으면 더 비싸진다는 인식이 지출을 끌어올리고, 디플레이션이 그토록 경제를 멈추게 했던 이유가 바로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일본 정책 금리가 1% 수준인 지금은 아직 갈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한국이다. AI 설비투자 공급망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이 사이클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현금 흐름이 풍부하고 부채 의존도가 낮아서, 연준의 25~50bp 금리 조정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공급망 수혜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구조라는 뜻이다.

시장 심리가 극단에 가까워지는 신호를 어떻게 읽나

그는 과거 버블의 징표를 기억한다. 1999년에는 택시기사까지 기술주 이야기를 했고, 주택 버블 정점에서는 헬스장 트레이너들이 집을 여러 채 사고팔았다. 2008년에는 콘도플립닷컴이라는 서비스가 등장해 부동산 실물도 보지 않은 채 온라인으로 거래하게 했다. 그가 보기에 그 순간이 신호였다.

지금은 폴리마켓, 칼시 같은 예측 시장과 주식 투자의 게임화 현상, 인버스 크레이머 매매, 낸시 펠로시 따라하기 같은 사례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콘도플립닷컴 수준의 명확한 신호를 찾지는 못했지만, 경고등이 켜지는 느낌은 있다고 그는 말한다.

지금은 포트폴리오 전체를 시장 흐름에 그냥 맡기기보다, 보유 비중이 낮고 이익 변화에 더 민감한 섹터로 비중을 옮기는 것을 고민할 시점이다. 시장이 신고가를 경신할수록, 시장 평균에 올라타는 베타 투자보다 정밀한 알파를 찾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유가 때문만이 아니다,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을 두고 많은 시각이 유가 상승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그는 이 해석이 틀렸다고 본다. 인플레이션 흐름은 이란 전쟁이 벌어지기 몇 달 전인 1월부터 이미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근원 서비스 쪽에서 압력이 나오고 있으며, 배경에는 AI 설비투자가 있다.

미국에는 현재 건설 노동자가 약 44만 명 부족하다. 메타와 구글도 건설 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전기 기술자 양성에 나서고 있다. 이 노동력 부족이 임금을 밀어올리고, 임금이 서비스 물가를 끌어올린다. 유가는 거기에 추가로 얹힌 것이다.

유가는 엘리베이터처럼 급등했다가 에스컬레이터처럼 천천히 내려오는 경향이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시간이 지나며 경제의 약 3분의 1에 영향을 미치고, 그 파급 효과가 사라지는 데도 점점 더 오래 걸린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인플레이션 환경은 2009년 이후의 1.7% 저물가 시대보다 1990년대 중반의 2.7% 환경에 더 가깝다. 연준이 목표인 2%까지 물가를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고, 그 때문에 금리를 내릴 명분도 크지 않다. 오히려 향후 12개월 안에 최소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걸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로 보지는 않는다. 1997년 그린스펀의 보험성 인상처럼, 중간 사이클 조정 성격에 가깝다. 역사적으로 시장은 이런 움직임을 연준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고 긍정적으로 반응해왔다. 그 인상 12개월 뒤 시장은 33% 올라 있었다.

AI가 150년 소득 성장 곡선을 처음으로 꺾을 수 있다는 근거

1870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1인당 소득은 연평균 2%씩 성장해왔다. 철도, 전기, 인터넷이라는 혁명적 혁신이 있었음에도 그 추세선은 거의 직선이었다. 조 자이들은 이 곡선을 처음으로 꺾을 수 있는 기술이 AI일 수 있다고 본다.

철도 도입에 40~50년, 전기는 30년, 인터넷은 20년이 걸렸다. AI의 도입 속도는 이보다 훨씬 빠르다. 제본스의 역설처럼, AI 관련 비용이 낮아질수록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진다. 추론 기능의 등장, 언어와 시각 정보를 함께 학습하는 모델들의 출현은 컴퓨팅 수요를 더 키울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그 비용은 낮아진다.

그의 낙관론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단기적으로 AI는 인플레이션 요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릴 동력이다. 경제를 움직이는 두 축이 인구 구조와 생산성이라면, 미국은 선진국 중 인구 구조가 가장 유리하고, AI를 통한 생산성 전망도 전 세계에서 가장 탄탄하다.

그 공급망에서 한국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그가 한국에 긍정적인 이유다. 이 흐름은 2026년이나 2028년에 끝나지 않는다. 세대에 걸친 현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