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협상 결렬의 진짜 이유 — 핵보다 더 무서운 변수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60일 휴전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선박 공격이지만, 진짜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양측의 근본적 입장 차이다. 이란은 이 해협을 마지막 협상 레버리지로 절대 내놓지 않으려 하고, 미국은 그걸 인정할 수 없다. 협상 테이블은 유지되겠지만, 무력 충돌도 계속되는 '뉴노멀'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왜 벌써 선박이 공격받고 유가가 흔들리는 걸까. 호르무즈 해협 협상 결렬이 단순한 갈등 재발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게 처음부터 예견된 구조였다고 말한다.
협상이 깨진 게 아니다 — 이게 새로운 정상이다
60일 휴전 합의가 체결되자마자 이란은 선박을 공격했다. 총 다섯 척, 사우디와 카타르 유조선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응했고, 미국은 80여 곳을 공습했다. 그다음 날에는 92여 곳이 추가 표적이 됐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협상이 완전히 깨진 게 아니라, 이게 뉴노멀이 될 것 같다"는 진단이 나왔다. 때리고 주고받고, 그러면서도 대화는 계속한다. 이 상태가 고착화되는 구조다.
핵 협상보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핵은 협상의 의제라도 될 수 있지만, 호르무즈는 이란이 절대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왜 선박을 공격했는가 — 오만 해협이 핵심이다
상황을 이해하려면 지리를 알아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가는 배는 오만 쪽 수로를 통해 들어오고, 나올 때는 이란 쪽 해역을 거치는 게 통상적인 항로다. 그런데 미국은 오만 쪽 수로로 나가도록 배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이란 입장에서 이건 통제권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신호다. 휴전 기간 동안 수백 척의 배가 이 루트로 빠져나갔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했다.
이란의 요구는 단순했다. "이란 쪽으로 들어오고 나갈 때 우리에게 신고하고, 우리가 안내하는 길로 가라." 이게 MOU에는 없는 내용이었지만, 이란은 기정사실로 만들려 했다. 오만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선박들을 계속 용인했다가는 해협 통제권 자체를 잃는다는 계산이었다.
이란에게 호르무즈가 핵보다 중요한 이유
전문가들은 한 가지 핵심을 짚는다. 이란은 미국이 약속을 지킬 거라고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결 자산 해제도, 석유 제재 해제도, 경제 재건 지원도 결국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불신이 혁명수비대 내부에 깊이 박혀 있다.
그렇다면 미국 협상이 결렬되거나 제재가 다시 돌아올 경우, 이란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은 단 하나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통행료 수취다. 이게 이란의 마지막 경제적 보루다.
"동결 자산도 못 받고, 재건 자금도 못 받는다면, 유일하게 자금원을 얻을 수 있는 게 호르무즈 해협밖에 없다." 이것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협상이 깨지더라도 이 카드를 놓지 않으려는 이유다.
이란은 이 협상에서 시간도 자기편이라고 본다. 미국에는 중간 선거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 이란이 버티면 버틸수록 미국이 더 많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란이 60일 안에 합의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미국이 준 건 어마어마했다 — 그런데도 왜 안 됐나
이번 MOU에서 미국이 제시한 조건은 사실상 이란이 받아야 마땅한 수준이었다. 금융 제재 해제, 석유 제재 해제, 동결 자산 해제. 전문가들은 "2015년 JCPOA와 비교해도 이란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마샬 플랜급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133억 달러였던 마샬 플랜에 비해, 이번엔 3천억 달러 규모가 거론됐다.
그런데도 협상이 굴러가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양측 간에 신뢰가 없다. 이란은 미국이 이를 지킬 거라 믿지 않고, 미국도 이란이 합의를 이행할 거라 믿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해 "거짓말만 한다"는 표현까지 썼고, 이란 쪽에서는 "이런 협상 파트너는 처음 봤다"는 반응이 나왔다.
혁명수비대가 움직인다 — 이란 내부 권력 구조
이번 공격이 이란 정부 전체의 결정인지, 혁명수비대의 독단적 행동인지도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강경 노선을 선호하는 혁명수비대 장성들이 집단 지도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가 장례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권력 공백이 생기고 있고, 이 공백을 혁명수비대가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혁명수비대 입장에서는 협상이 깨져도 상관없다. "아울 게 없다"는 게 이들의 계산이다. 오히려 최고지도자가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 자신들에게 더 편하다.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끌고 가는 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택지는 나쁜 것과 최악뿐이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가지다.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들을 제거하는 강경 작전을 펼치거나, 이란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호르무즈 통제권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다.
전자를 택하면 이란이 반격에 나서고, 사우디 아람코와 카타르 LNG 시설이 타격을 받고, 담수 시설까지 공격 대상이 된다. 걸프 국가 전체의 인프라가 흔들리고, 유가는 폭등한다.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후자를 택하면 자존심이 문제가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이란에 굴복했다는 인식이 생긴다. 이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중국(38%), 인도(15%), 한국(12%), 일본(11%) 순이다. 미국은 오히려 이 나라들에게 "너희가 많이 쓰니까 너희가 해결하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중국에 대해 통행을 사실상 면제해주고 있어, 중국이 나설 유인도 없다.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는가
전문가들은 전면전 재발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란도, 트럼프도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한적 무력 충돌은 계속되고, 협상 테이블도 유지된다. 이것이 당분간의 '뉴노멀'이다.
8월 말에 60일 휴전 기간이 종료된다. 연장 가능성이 높지만, 연장할수록 미국이 더 불리해진다. 이란은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호르무즈 통제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핵 협상 자체를 시작조차 못 하는 구조다. 이 해협을 지나는 원유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이 갈등은 멀리 있는 뉴스가 아니다. 유가가 튀고, 증시가 흔들리고, 주유소 가격이 바뀌는 문제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마치 골목길에 불량배들이 담배 피며 서 있는 것과 같다. 막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도 못 지나간다." 이 비유가 지금 호르무즈 해협의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