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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청년들이 빚까지 내서 주식에 올인하는 진짜 이유

대만 가권지수가 최근 5년 154% 오르며 코스피와 나란한 상승률을 기록했고, 블룸버그는 대만을 시장 과열 우려 국가로 꼽았다. 청년들은 TSMC 중심의 AI·반도체 급등에 올라타려 신용거래 잔액을 닷컴버블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예적금까지 해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타이베이 PIR 15.4라는 살인적 집값과 실질 임금 정체라는 구조적 절박함이 있다.

생활/리빙 2026-07-03 대만 청년들이

대만 주식시장이 지금 어느 정도냐고? 블룸버그가 직접 "시장 과열 우려 국가"로 지목했는데, 그 수준이 한국보다 더 열광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주식 시장도 충분히 뜨겁다고 느꼈다면, 대만은 지금 그 한 단계 위다.

코스피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상승률은 똑같다


대만 가권지수를 아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 그런데 최근 5년 상승률을 따지면 코스피와 대만 가권지수는 둘 다 154%로 정확히 일치한다.


코스피는 한동안 박스권에서 기다리다 최근 1년 사이 175%를 찍으며 주요국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대만은 반대다. 이미 먼저 오른 상태에서 최근 1년 추가로 100% 가까이 올랐다. "우리보다 덜 올랐네"라고 보면 틀린 분석이다. 대만은 더 일찍부터, 더 높은 곳에서 두 배가 됐다.


현재 대만 증시 시가총액은 한국보다 약 10% 크고, 세계 시가총액 5위다. 영국·캐나다·인도를 제쳤다.


그 핵심에는 TSMC가 있다. TSMC 하나가 대만 주식시장의 4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안팎인데도 "삼성 쏠림이 심하다"는 말이 나오는 걸 생각하면, 대만의 구조가 얼마나 극단적인지 짐작이 된다. TSMC의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는 6위, 미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1위 기업이다. 대만 증시에서 IT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다. 한국의 IT 비중 50%도 높다고 하지만, 대만은 그 나머지 20%에 금융과 제조업이 전부다.

대만 어디를 가도 주식 얘기다, 한국보다 더 심하게

식당에서 60대 어르신들이 AI와 반도체를 두고 애널리스트 수준의 토론을 벌이는 나라가 한국이라면, 대만은 그보다 더하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초등학생도 주식 얘기를 하고, 대학 시험 기간이 끝나면 주식 토론이 캠퍼스를 채운다.


수치로 확인된다. 단 한 달 만에 16만 2,000개의 신규 증권 계좌가 개설됐는데, 이는 단일 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더 주목할 부분은 신규 계좌의 60%를 30세 미만 20대가 만들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청년들에게 돈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증권사 신용거래 잔액이 천장을 뚫었다. 닷컴버블 전성기 때의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증권사들이 더 이상 빌려줄 수 없다고 하자, 청년들은 은행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심지어 예적금을 해지해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


13~19% 수익을 보장하는 청년 미래적금을 해지하고 레버리지 ETF에 들어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하루 10~20%씩 움직이는 상품을 보면서 "1년짜리 적금이 뭔 의미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막상 해보면, 그 판단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시장이 꺾일 때 체감하게 된다.


대만 국립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갑작스러운 급락이 오면 경험 없는 젊은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 청년들이 절박한 진짜 이유

단순히 돈을 더 벌고 싶어서가 아니다. 구조가 문제다.


타이베이의 주택가격 소득 비율(PIR)은 15.4다.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 넘게 모아야 아파트 하나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의 PIR이 13.9 수준인데, 대만 직장인 임금은 한국보다 20~30% 낮다. 체감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TSMC와 반도체 기업들이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안, 그 밖에 있는 대부분의 대만 기업들 임금은 제자리를 걸었다. 대부분의 대만 노동자 월급은 200만 원 초반대다. 소수의 반도체 기업 종사자들만 수억 원대 성과급을 받아가며 자산 격차는 더 빠르게 벌어졌다.


한 26세 무직 청년은 2,300만 원을 TSMC에 넣었다가 1억이 됐다며 "어떤 주식이든 사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지금 대만 시장을 요약하는 한 문장이다. 투자 성공 경험이 있는 사람의 눈에는 이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이지만, 처음 시장에 들어온 청년에게는 "나만 안 하면 손해"처럼 들린다.

TSMC 직원이 최고 신랑감인 나라, 신주시에서 벌어지는 일

대만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신주시(新竹市)는 16년 전까지만 해도 논밭이었다. 지금은 TSMC 본사와 600개 이상의 반도체 기업이 들어서 있고, 17만 명이 근무한다. 대만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이 됐고, 2024년 평균 가구 소득이 약 2억 원에 달한다. 대만 전국 평균의 다섯 배 수준이다.


그 결과 신주에서는 특이한 현상들이 생겼다. "주커마(竹科媽)"라는 신조어가 나왔는데, 반도체 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둔 아내들이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필라테스, 명품 소비, 자녀 교육에 집중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리킨다. 신주 백화점에는 200만 원짜리 정장이 팔리고, 성과급 날이면 주변이 축제 분위기가 된다.


반면 반도체 산업 밖에 있는 청년들에게 이 풍경은 또 다른 박탈감이다. 신주에서 가장 수익성 좋은 사업은 반도체가 아니라 유치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득 높은 부모들이 몰리면서 아이들이 급증하고 학교가 감당을 못 할 지경이다. 부동산은 4년 만에 세 배가 올랐다는 사례도 나온다. 6억짜리를 "너무 비싸다"며 안 샀더니 18억이 됐다는 TSMC 엔지니어의 인터뷰가 현지에서 화제다.


새로운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이 발표되는 지역마다 부동산 가격이 즉각 급등한다. 반도체 산업 밖 사람들은 물가와 집값에 밀려 그 지역에서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도 같은 흐름이다, 동북아 3국이 함께 끓고 있다

대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1년 일본 니케이 지수는 73% 올랐고, 버블 당시 최고치였던 4만 포인트를 뚫고 7만까지 갔다. 일본 시가총액 1위는 이제 도요타가 아니라 반도체 기업이다.


20년 넘게 디플레이션 속에서 "현금이 최고"라고 살아온 나라가 달라지고 있다. 일본 청소년 희망 직업 조사에 처음으로 '투자자'가 12위에 등장했다. 니케이가 오르는 것밖에 본 적 없는 세대가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니사 거지(NISA 乞食)"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개인 투자계좌(NISA) 한도를 채우기 위해 생활비를 극도로 아끼며 데이트도, 외식도 못 하는 청년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일본 야당 의원이 재무장관에게 이 단어를 언급하며 질의했고, 재무장관은 "처음 들었는데 충격받았다"고 답했다.


최근 5년 상승률로 보면 대만 154%, 코스피 154%, 니케이 138%로 동북아 3국이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수혜국이 이 세 나라인 이유는 반도체, 소재, 정밀 제조업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 청년들도 수입의 절반을 투자에 돌리며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 "왜 밥까지 굶어가며 투자하냐"는 질문에 한 청년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 말이 지금 대만, 일본, 한국 청년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감각이다. 투자는 욕심이 아니라 불안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 불안의 근거는 집값, 임금 정체, 자산 격차라는 구조에 있다. 시장이 오를 때 이 구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내려갈 때다.